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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요무령 한국어판 소개

한국어판 번역자가 드리는 말씀

by 최신 군사교범 2024.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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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1

기원전 3세기에 저술된 한비자(*1 참조)에 언급된 것처럼 당시에도 손자병법이나 오자병법이라 알고 있는 작전술을 포함한 서적들이 널리 읽히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놀라운 것은 수 천년의 고대 병서들이 현대의 군사분야 종사자뿐만 아니라 민간 사회에서 처세술의 한 분야로 자리 잡아 널리 읽히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과 용법도 달랐을 수 천 년 전에 사용된 문자를 해독하여 수 만리 떨어진 중국대륙의 맥락을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지금의 수많은 관련 책들이 자의적으로 문자를 해석하고 자신의 처한 상황 맞게 적용하여 더욱 본질을 파악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


그렇다면 상기 언급한 고대 병서와 같이 현대의 상황을 반영한 작전술에 관한 병서는 무엇이 있을까?

그중 하나는 현역 군인들이 사용하고 있는 병서 즉 우리가 FM(Field Manuals)
이라고 일컫는 야전교범이 있다.
이 야전교범은 그 종류와 담고 있는 수준이 천차만별이다. 전쟁 지도부의 군사전략부터 말단 제대 소총수의 화기 운용까지 다종 다양하다.


하지만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 높은 군사지식이 필요한 군사전략이나 지협적인 각개병사의 소소한 임무를 다룬 야전교범은 손자병법이나 오자병법에 관심이 있는 독자에게는 관심 밖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독자에게 적합한 것이 작전술이 포함된 야전교범인 작전요무령이라는 책을 추천할 수 있다.

그렇다고 오해는 하지 마시라. 이 교범은 미군이나 한국군 영관급이상의 고급장교들이 보는 수준 높은 병서이자, 일국의 존망을 걸고 국력을 기울여 저술되기 때문에 보통의 창작물들과는 다르다.  허황된 공상과학 소설이 아니라 실현 가능성이 검증되고 그렇게 되어야 하는 강제성이 있는 명령서이다.  

우리 독자에게 가장 적합한 작전요무령은 한반도에서 국방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군에서 편찬한 교범일 것이다. 아쉽게도 "지상작전"으로 알려진 한국군의 작전요무령은 일반인에게 공개하지 않고 있어서 그 내용을 파악하기도 어렵다. 투철한 군사보안 의식으로 외부에 그 이름이나 내용을 언급하는 것도 금기시하고 있다.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니 잊어버리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을 것 같다.

반면 미군의 경우 친절하게 작전요무령 교범을 포함한 대부분의 야전교범을 인터넷에 공개하고 있어 미군이 아니라도 내려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심지어 바쁜 군인들을 위해 오디오 북으로도 공개하고 있다. 이것이 교범을 대하는 미군과 한국군의 인식 차이이다.


이번 기회에 2022년 10월 공개된 미 육군의 최신 작전술 교범인 FM-3.0 Operations 작전요무령을 한국어로 번역해 그 내용을 파악해 보고자 한다.

번역판의 제목을 작전요무령이라고 정했다. 이유는 기준교범으로서의 위상과 한국군에서 사용하는 동급인  "지상작전"이라는 교범과 구분하려고 했다.
또한  일본 제국주의 시대에 사용한 명칭이라고 1996년 대한민국 국회에서 질타받기 전에 한국군에서 사용해 온 명칭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여느 야전교범을 선도하는 기준교범의 위치에 있어 역자가 다른 좋은 표현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기도 하다.


도입2

미 육군은 전장에서 작전적 수준의 군사력 운용을 작전요무령을 통해 기술하고 있다.

우리는 미 육군 FM3.0작전요무령을 통해 미군의 군사전략의 변화를 간접적이나마 확인할 수 있다.

2017년판 FM3.0 작전요무령에서는 그 이전 판 교범들과 달리 사단, 군단급 대규모 작전으로 회귀하는 방향으로 군사력 운영 교리가 변경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소규모 테러 집단 대응에 적합한 여단급 규모의 부대의 작전 지속력으로는 고개를 쳐들고 있는  러시아와 차이나 같은 거대 군사대국을 상대하기 어려움을 그 간의 전쟁과 테러 소탕전에서 교훈을 얻었다.
그 예로 작전적 수준에서 볼 때 2021년 8월 아프가니스탄 철군은 더 이상 미 육군 부대가 소규모 전투에 적합하지 않은 편제로 변화되었음을 대외에 드러난 사건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지난 수 십 년간 미군이 테러와의 전쟁 수행기간 러시아와 차이나는 미군의 임무수행 취약점을 연구하여 자신들의 군사 편제도 점진적으로 변화시켰다.
이 결과는 2022년 우ㅡ 러 전쟁을 통해 그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러시아는 미군의 여단 규모인 여단전투단 (BCT) 보다 더 작은 대대급으로 편제된  대대전술단(BTG) 으로 개편하였다. 이 BTG로 소련 시절 연방이었던 주변국들과 분쟁에서 군사적 성과를 냈다. 다시
러시아는 이 대대전술단을 2022년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하였으나 주지한 바와 같이  BTG가 급속히 전장에서 소멸되었다. 이로써 BTG는 서방의 지원을 받는 주권국가를 상대로 한 대규모 전투 작전에는 부적합한  것임이 판명됐다.
훨씬 이전에
미군은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여 2017년판 FM3.0 작전요무령 교리에 반영하였으나,
러시아는  2022년 우.러 전쟁을 수행하면서 뒤늦게 문제를 깨달아 미군처럼 사.군단 편제로 회귀하는 등 수렴진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주일 미군사령부의 지위 격상과 병력 재배치 등으로 대한민국이 버려지는 카드가 되고 있지 않는지 우려스렵다.  아쉬울때 마다 소위 혈맹, 동맹이라고 부르짖는 주한 미군에게 협의나 통보 없이 일부 한국군을 임의 이동시킨 2024년 말의  12·3 비상계엄은 미국 의회
를 자극하였다. 과연 미국민이 대한민국을 연합작전의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여길지 걱정스럽다.
비상계엄에 일부 한국군을 임의 이동시키는 행위는 저잣거리 동업자끼리도 상도에 어긋난다고 할만한 일을 국가 간에 일어나니 참담한 일이고, 더구나 상습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니 근본적인 조치가 요구된다. 이참에 동업관계에 문제되지 않는 자회사를 세우듯이, 내란대응 (Counter-insurgency)을 전담하는 조직을 만들어 한미연합작전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하는 것은 어떨까? 이전 정부의 국민안전처 시도나 공산국가의 내무군 수준의 군사력을 갗춰 평시 대반란전을 전담하고, 전시 후방전선을 담당한다면,
외국군과 협력해 외적을 방비하는 정규군의 총구를 안으로 들이대는 비극은 예방되지 않을까 한다.


각설하고
우리를 포함해 영미권 국가에서 채택한 3군 병립주의에 기반한 합동군제와 중국, 북한 등의 통합군제를 다루는
수준의 접근법도 있지만,

여기서는 미군 작전요무령을 통해 합동군제 하의 최신 작전적 수준의 군사력 운용을 파악해 보고자 한다.

팔만대장경 조판을 통한 종교 교리를 정리하면서 몽골군과 전쟁을 치른 고려 사람들처럼,
혼란한 시국을 극복하는데 동맹의 최신 군사교리를이해하는 시간을 가지는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역자의 주장이기도 하다.
 

참조
*1 韓非子: 五蠹편 제10절
원문: (중략) 境內皆言兵,藏孫、吳之書者家有之,而兵愈弱,言戰者多,被甲者少也。(후략)
풀이: 나라 안이 모두 군사를 논하며, 손자와 오자 병법을 아는 자가 집집마다 있는데도,
군사가 더욱 약해만 지는 것은 전쟁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많은데, 갑옷을 입는 사람은 적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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